"네 도움 따위를 바란 적 없어!" 내가 외쳤다.

분노가 내 몸을 타고 흘렀다.

내 검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런 것을 볼 수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 무엇도.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서, 나의 고스트를 돌아보고 있었다.

"시야를 놓치면 안 돼요!" 불꽃가시가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당시에는 무시했으나 이후로 한참 동안 그 목소리가 기억나곤 했다.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냐! 그는 내 시야를 이용하는 거라고!"

내가 앞으로 걸음을 내딛자, 불꽃가시가 내 시선에 맞추어 떠올랐다.

손안의 검이 흔들리고, 희미한 속삭임이 내 정신을 간지럽혔다.

…죽여라…

나는 고함을 지르며 귀를 막았다. 어둠 속 나무 사이에서 그것이 다시 모습을 갖추는 것이 보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불꽃가시가 계속 나를 치유할 것을 알았다.

"벗어나야 해요." 불꽃가시가 몰아붙였다. "당신은 통제력을 잃고 있어요! 위대했던 야생초 브라이어는 대체 어딨죠?"

…죽었다…

"당신은 장차 신이 될 이들의 심장을 꿰뚫은 가시였잖아요!"

…이제는 꼭두각시지…

"고통과 공포가 당신의 교향곡이었고요!"

…이제 나의 교향곡이 되었지…

"예전의 당신은 대체—"

내 손이 얼마나 쉽게 그를 감싸 쥐었는지 기억한다. 그를 바닥으로 던지고 칼로 그의 렌즈를 꿰뚫었다. 눈에서 깜박이던 빛이 꺼지는 것을 볼 때까지,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불꽃가시의 조각난 파편이 영원한 어둠으로 쓰러지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