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가라앉은 어둠의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상대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 그 몸이 쿵 하며 지면에 처박히는 소리를 듣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짙은 진홍빛 피가 근처 나무의 나무껍질을 붉게 물들였고, 나무껍질을 타고 느리게 흘러 나무껍질 안으로 스며들었다. 땅에 떨어진 피는 핏빛 웅덩이를 만들며 땅에 떨어진 솔잎들과 뒤섞였다.

그것이 누구인지도, 왜 그를 죽이기로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과거 나는 적지 않은 피를 손에 묻혔다. 무차별적인 살육. 누군가 내 땅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살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게 느껴졌다.

앞쪽 나무들의 바다 사이로 그림자가 움직였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단단히 검을 움켜쥐었다. 손끝에서 시작된 떨림이 팔을 찌릿하게 관통하여 목덜미까지 전해지며 오한을 자아냈다.

"거기 누구냐?"

사방으로 나를 둘러싼 모든 나무 뒤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속삭임은 압도적이었고, 나를 에워싸고 울렸으며, 그 내용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림자는 나와의 거리를 재빨리 좁히며 내 위로 우뚝 솟았다.

그림자가 닿자, 나는 뒤로 물러섰다.

내 마음속 원초적인 두려움을 건드리던 그 불길한 웃음소리를 기억한다.

내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정신이 속삭임으로 가득 찼다.

그것의 성긴 몸뚱아리가 휙 달려오며 나를 관통했다. 나는 땅에 쓰러졌다. 공기가 내 폐를 빠져나가자, 잠시동안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이런 공허함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