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가슴 아프지만 정말 놀랐다고 해 줄게." 과거로부터 울려 퍼진 메아리가,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코라는 최선을 다해 집중하며, 다시 솟아오르는 고통의 숨결을 돌파하려 했다. 하지만 이런 악몽은… 쉽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건 뿔이 돋은 친구의 얼굴 그대로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갈기갈기 찢긴 망토 끝자락이 허리춤에 찬 핸드 캐논 옆에서 흔들렸다. 그것은 그의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거짓된 말에는 독기가 가득했다.

그녀는 억지로 앞으로 나아가 리바이어던의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갔다.

"초대받지 않고 무작정 들어가는 건 원래 내 특기였는데." 그녀의 곁에 떠 있는 그것이 말을 이었다. "혹시… 날 따라 하는 거야?"

"넌 기억일 뿐이야." 아이코라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꾸했다. "그가 아니야."

"그런 논리라면 반박할 수가 없네." 그것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는 죽었잖아."

아이코라가 움찔하는 사이, 어깨 위에 떠오른 악몽이 몸을 빙글 돌렸다. "자발라와 네 덕분이지. 물론… 울드렌 소프가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지만."

아이코라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주먹을 움켜쥐었지만, 계속 계단을 올라갔다.

"그 녀석이 내 총으로 날 쐈잖아." 악몽도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기억해?"

아이코라는 걸음을 재촉했다. 그래도 악몽은 계속 따라왔다.

"당연히 기억하겠지?" 그것이 물었다. "네가 뭐라고 약속했더라? 그 자식의 머리를 왕좌 위에 올려놓겠다고 했었나? 정말 화끈한 표현이었어, 아이코라.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그 쓰레기를 탑에 받아들였네. 그것도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환영했지! 그래서 나도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네 기억에 살짝 착오가 있거나… 아니면 그 살인자가 내게 한 짓을 잊어버린 것 같아."

"까마귀는 울드렌이 아니야!" 아이코라는 이글이글 타올랐다.

악몽이 이죽거렸다. "그래. 내가 케이드가 아닌 것처럼 말이지."

아이코라는 돌아서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공허의 빛이 그녀의 주먹과 두 눈 깊은 곳에서 이글거렸다.

하지만 그녀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공허한 우주뿐이었다.

"아이코라," 통신 장치에서 지직거리며 에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돌아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이코라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양손을 옆구리에 얹었다. 그녀는 리바이어던의 문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