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2

울드렌이 마침내 켈 앞에 끌려왔을 때, 그는 이미 수 주에 걸쳐 학대와 구타, 달음박질 고문을 당하고 축사와 같은 환경에서 생활한 끝에 온순하게 변해있었다.

강대한 국왕의 켈이 명료하면서도 장황하게 자신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주었다. 울드렌. 몰락한 가문의 대공. 열등한 동생. 스콜라스에게 패배한 자. 드렉보다 하찮은 바릭스에게 눈이 멀어버린 자. 함대를 사지로 몰아넣은 자. 각성자 종족 최후의 귀족.

울드렌이 고개를 들어 켈을 보았을 때, 더는 진실을 말할 필요조차 없어 보였다. 국왕의 켈이 울드렌을 불렀다. 동시에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무너진 가문의 몰락한 통치자. 마지막 켈.

"그대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소." 켈이 울드렌에게 말했다. "망가지고 상처 입은 존재여. 그대는 긍지가 없소. 그렇기에 꼭 해야 할 약조를 하더라도 잃을 게 없지. 몰락자의 황혼이 찾아왔소. 우린 깃발을 내려놓아야 하오."

궁중 곳곳에서 불만이 섞인 신음과 을러대는 소리에 굴하지 않고 국왕의 켈은 울드렌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대에게 충성을 바치겠소." 켈이 말했다. "몰락과 수치를 겪은 그대는 우리가 가질 수 없는 약점을 얻었소. 엘릭스니에게 깃발을 찢으라고 그대가 말씀하시오. 우리 모두 서로에게 굽혀야 한다고 그들에게 말씀하시오. 경쟁을 관두지 않으면 우린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사멸해가는 종족을 위해 나서주겠소? 또 다른 죽어가는 종족의 대공이여?"

울드렌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병력과 우주선, 자원을 얻어 수색을 시작할 것이다. 모든 것을 걸고, 생존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들을 찾아낸 건 다름아닌 울드렌 본인이다. 늘 그랬듯이.

울드렌은 마음속에서 그녀의 존재를 느꼈다. 누이는 아직 살아있다. 그런 누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동생을 필요로 한다. 고통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울드렌에게 마라의 목소리가 명료하게 들려왔다. 과거 무중력 난투극 속에서 곤죽이 되도록 얻어맞고 있을 때 나타났던 그 당시처럼 말이다. 마라는 저 어딘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전부 제자리를 찾으리라. 이제 그가 그녀를 마중 나갈 것이다. 전부 제자리를 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