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3

누이의 침묵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

온 태양계가 전쟁의 상흔에 신음하고 있다. 울드렌은 한도 끝도 없는 격통, 마비, 얼굴이 절로 구겨지는 고통에 시달리며 광기의 도가니 그 이상으로 몰리고 있었다. 이렇게나 강력한 빛을 느껴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다지도 강렬한 고통 역시 처음이었다. 누이와 함께한 세월만 몇백 년이 넘는다. 그런데 그녀가 없다고 이렇게나 빨리 무너질 줄이야…

왜 마라는 울드렌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 걸까?

울드렌을 둘러싼 리프는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깨어진 소행성과 금이 간 주거지들이 밝게 빛나는 잔해 파편을 흘려댔다. 진공 속에서 햇빛을 받는 잔해보다 황량하고 아름다운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리프는 거대하다. 정말 거대하다. 하지만 밀집되어있기도 하다. 리프의 구조물과 주민들은 광활한 우주와 다르게 오밀조밀 모여있었다. 오릭스와 붉은 군단은 리프에 커다란 구멍을 여럿 내놓았다. 아아, 울드렌이 트라우우그의 부서진 군단이 트로이의 목마라는 사실을 페트라에게 알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는 자신의 동포를 여행자에게 넘기는 대리 지휘관을 도울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작은 페트라는 늘 마라의 인정을 바랐다. 언제나 여왕의 환심을 못 사서 안달이었다. 하지만 페트라는 마라가 무엇을 진정 높이 여기는지 몰랐다. 그녀는 누이의 신뢰를 얻고자 어려운 길을 선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기에 마라는 페트라에게 입을 열지 않았다.

문제는 요즘 울드렌에게도 일언반구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는 호위선의 선체 잔해를 발로 걷어찼다. 근래 들어 울드렌과 국왕의 가문 몰락자들은 소행성대를 습격하며 지구로 향하는 우주선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리프를 좀 더 불안정하게 만들 요량에서였다. 울드렌은 자신의 백성들을 살해했다. 처음에는 죄책감에 사무쳐 밤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누이도 불가사의한 대의를 위해 수천 명의 백성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았던가? 대체 뭐가 다르단 말인가?

마라 역시 매번 자신의 동포를 제물로 바치곤 했다. 그녀에게 각성자란 계획에 쓸 체스 말일 뿐. 이제 계획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는 건 울드렌의 몫이다.

"누님!" 그가 별빛을 올려다보고 외쳤다. 이제 와서 빌기엔 지나치게 멀리 와버렸다. 너무 많은 일을 행했다. 울드렌은 마라에게 해답을 요구했다. "전 화나지 않았습니다. 누님께서… 그들을 구하겠다며 스스로 희생한 것도 용서합니다. 하지만 물음에 답은 해주셔야 하잖습니까! 제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긴 한 겁니까? 누님을 찾는데 가까워지긴 한 거냐고요?"

울드렌은 국왕의 가문을 동맹으로 포섭했다. 그의 상습적인 리프 습격에 페트라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그녀는 수호자들과 협력하는 대신 자신의 시민들을 지키고 통합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울드렌이 마라에게 가까워지긴 했는가? 그는 과연… 자기 자신을 믿고 이 과업을 해낼 수 있을까?

울드렌에겐 마라를 놀라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다. 누이가 계획을 다시 조정토록 하고 싶었다.

마라가 이런 상황을 조금이라도 예지했다면 울드렌에게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자신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누님!" 울드렌은 지속적인 오른쪽 눈의 통증을 참아가며 눈을 깜빡였다. "누님, 정녕 저를 버리셨습니까?"

그때 무언가 답을 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