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4

총으로 세상을 끝내든 검으로 영원함을 고정시키든 누나가 죽어 썩어 가든 끝내지 못한 일들이 사라지든 불멸자의 죽음은 장차 일어날 수 있었던 무한한 가능성을 헛되이 하는 것이었다. 불멸자의 슬픔과 죄책감은 보살피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 이유로 신정론 전쟁에서 싸운 자들은 비할 데 없는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스로의 의무에는 맞설 수 없었으므로 그들은 동기를 부여한 자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실제로 감금하거나 불만을 두고 피 흘리게 싸우면서 대항했다. 전쟁은 창과 활, 칼과 메스, 옛 기계와 새 발명품을 사용하며 계속되었다. 알리스 리 여왕의 무지에 대한 디아시름의 충언도 그러했다.

디아시름의 야영지로 들어서는 자가 있었다. 마라의 어머니이자 적진과의 협상 기술로 유명한 오사나였다. 그녀는 아들 울드렌과 함께 왔는데, 그는 야영지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였으며 어깨 위에 앉은 위엄 넘치는 까마귀-수리도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마라를 대신하여 왔습니다." 오사나가 말했다. "이 일로 상심이 매우 크더군요. 살생을 멈추면 원하는 어떤 비밀이라도 말해 주겠다고 합니다."

울드렌은 계획 대로 디아시름의 병사들에게 가서 마라가 알고 있는 흉보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마라는 여왕이 혼돈 속에서 어떻게 우릴 여기로 이끈 건지, 그리고 어둠과 빛이라는 두 위험에서 어떻게 우릴 구한 건지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라는 여왕이 숨기는 게 뭔지 알고 있어요. 마라는 우리 영혼에 있는 흠결을 봤습니다. 우리가 탄생한 충돌에서 생긴 거였죠. 그런 결함이 있는 상태로는 결코 신이 될 수도 없었을 겁니다! 대신 우리는 이 분열에서 태어난 거죠. 모든 생명은 광휘 에너지에서 나오므로 이전 세계의 생명은 양자가 가득한 뜨거운 배출수와 차가운 바닷물 사이의 광휘에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빛과 어둠의 경계의 어둠 쪽에서 태어난 겁니다. 우리는 그 결함의 진동과 같습니다. 그 분열은 영원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겁니다."

이 새로운 이단적 사상을 들은 인공부화론자들은 황홀경에 빠져 사방으로 나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강력한 엔진의 산물이다! 우린 원래 신이 될 수가 없었다! 다이아몬드와 같이 우리는 부서지면서 탄생하였다. 다이아몬드와 같이 우리는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그동안 오사나는 살생을 괴로워하며 세계에서 벗어나 내면의 초월성을 구하고자 하는 디아시름에게 말했다. "불멸자를 죽여서 이득을 볼 건 없습니다." 오사나가 조언했다. "스승이나 아내가 되어 새로운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헌신해야 합니다."

그러나 디아시름은 비밀 지식을 갈망하였으므로 산꼭대기로 마라를 찾아 떠났다. 그후 디아시름은 자취를 감췄다. 그녀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해도 디아시름이라는 이름으로는 아니었을 것이다.

평화가 찾아오고 나서 리 여왕은 한동안 각성자들을 계속 통치하였다. 그러나 전쟁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무거웠던 탓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지난 후에 그녀는 새로운 여왕에게 왕위를 물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