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8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던 순간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별빛 아래에서 죽을 작정으로 양 리웨이 밖으로 나간 상태였다. 그녀는 그 거대한 파괴의 순간에 그녀 얼굴에 떠오를 공포나 경외감을 누군가가 보는 게 싫었다. 그리고 솔 주변의 어둠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생명에 대한 연민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서로 의지하며 격려하는 나머지 선원들은 물론이고 자기 어머니와도 어울릴 수가 없었다. 자신의 비밀을 누구에게도 누설할 순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최대 50킬로미터로 우주선을 떨쳐내고 나왔다.

하지만 죽음을 비춰 줄 별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곳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 존재했다. 중력파가 그녀의 연결선을 우주선 쪽으로 잡아당겼다가 튕겨냈다. 그리고 연결선에 또 다른 진동이 느껴졌다. 연결선에 전송된 목소리가 말했다. "마라." "내가 데리러 나갈게."

'울드윈, 날 따라오면 죽을 거야.'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리 함장의 목소리가 잡음을 뚫고 들려왔다. 소리는 중얼거림처럼 늘어지다가 비명처럼 압축되었다. 경질 방사선 스파이크가 총알처럼 그녀의 목소리를 가르며 음소를 음산한 압축 가공물로 흩어 놓았다. "성간 우주선 양 리웨이에서 우리와 대치 중인 존재에게 알린다. 우리는 이 행성에서 일어나는 권력 분쟁에 개입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우리의 목적은 당신의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관심을 갖지 말 것을 요청한다…"

마라의 연결선이 흔들렸다. 울드윈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선을 잡고 다른 한 손을 뻗어 허공을 움켜 쥐었다. 부서진 우주의 파동이 손가락 끝에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을 감싸고 있는 공허가 무의 존재가 아님을 느꼈다. 공허는 모든 목적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목적에 그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었다. 공허가 이렇게 적대적인 것은 그것이 이치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그녀 주변 공허가 저절로 대폭발한 것처럼 눈 앞에 빛이 보였다.

우주 공간 저 멀리 점과 같은 순백색의 빛이 반짝였다. 그녀의 장비에 닿은 빛의 스펙트럼이 흩어졌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빛이 전부는 아니었다. 마이크로파 무선 주파장이기도 했다. 날카로운 자외선이자 감마 스파이크, 모든 것을 감싸는 전방사선이었다. 빛이 노래하며 재잘거렸다. 빛은 태양보다도 오래된 목소리로 말했다. 푸리에 해석으로 100년 동안 그 목소리를 분석한다 해도 제대로 풀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경탄을 자아내고 오싹하며 날카롭게 진실된 목소리였다. 마라는 방사선 사고로 죽은 자들이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이 갔다. 보이지 않는 힘의 빛 하나가 단 하나의 결말만을 남기고 모두 태워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녀의 영혼 자체가 이온화되어 상위 에너지 단계로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빛은 어둠을 꿰뚫었다. 떠오르는 햇살이나 벽이나 물결 같은 형태가 아닌 하나의 부채살 광선 형태였다. 심연의 밤을 뚫고 그녀를 어루만지는 빛의 손가락과 같았다. 빛은 마라와 울드윈, 양 리웨이를 모두 비췄다.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았다. 어둠을 완전히 물리치기에는 부족했다.

그리하여 마라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 그 황혼과 새벽이 섞인 그 공간에 떠 있는 꼴이 되었다.

두 힘 사이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고 평형 상태가 유지되었다. 휴전이 아니라 0으로 나눈 방정식과 같이 무한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다. 거친 두 영겁의 존재의 충돌이었다. 마라는 양 리웨이로 원격 데이터를 요청했다. 그녀의 감각중추는 중력 기구의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찼다. 그녀도 무아지경의 길 잃은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마치 별빛을 보며 울부짖는 늑대와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었다. 너무 많은 힘이 이곳에 모여들었고 그러한 역설로 인해 우주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이 무한끼리의 충돌을 목격한 자는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우주는 이 수치스러운 사건을 누설할 수 없었다. 이러한 변칙은 격리시켜야 했다.

그들 주변의 뒤틀린 우주 시간 비탈이 너무 가팔라져 이제는 밖으로 가는 길이나 안으로 가는 길이 모두 빛과 어둠이 충돌하고 있는 중심으로 구부러져 버렸다. "미래"라는 것이 "내부"라는 것과 같은 뜻이 되었다. 이것이 사상의 지평선이라 불리는 건 이런 까닭이다. 지평선 안에 있는 것, 즉 일어날 수 있거나 일어날 모든 미래의 것들이 필연적으로 중앙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건은 내부로 이어진다.

그녀 주변으로 특이점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순수 에너지가 집중되어 형성되는 블랙홀인 구상 번개였다.

"마라!" 울드윈이 소리쳤다. "마라, 너무 멀리까지 갔어!"

마라는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오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처럼 널 돌봐 줄 수 없단다. 나 또한 나만의 삶을 살아야 하게 되는 거야.

그녀는 연결줄에 분리 명령을 내렸다.

중력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그녀는 우주와 시간 속으로, 미래와 수수께끼를 향해 떨어졌다. 양 리웨이는 그녀 뒤에 있었다. 울드윈도 뒤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첫 번째 존재가 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