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4

그녀의 고스트가 그림자들에게 잡혀 있었다. 그들이 어째선지 실천의 세력의 기술인 속박 기술을 손에 넣은 것이었다.

언젠가는 갚아 줘야 할 터였다. 살아남는다면.

황금 총을 가진 남자도 없고, 화력팀도 없고, 지원군도 없다.

그녀는 신예 드레젠 무리를 쫓아, 참새를 몰고 베리디안 다리를 건너 현지의 젠심 연구소로 갔다. 그런데 그림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 위 고가 도로의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로켓이 하나 날아오더니, 그녀 앞의 도로를 초토화했다. 견착식 발사기의 로켓이었다. 참새를 타고 있던 그녀의 몸이 붕 떴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바하가리가 자신을 구하려는 것을 보았으나, 특유의 휘리릭 소리와 함께 속박 띠가 날아와서 고스트에게 감겼다. 그녀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녀는 울부짖는 바람에 몸을 싣고, 자세를 바꿔 물속으로 빠질 준비를 했다. 물에 떨어지는 충격과 수온 때문에 그녀는 뼛속까지 오싹했고, 파편이 주위의 호수로 비처럼 쏟아졌다.

그녀는 머나먼 호숫가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그 고가 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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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빼앗은 파이크를 타고 고가 도로에 올라서서, 저 아래에서 한 시간 전에 달리던 다리의 잔해가 연기를 뿜는 것을 보았다. 바하가리는 보이지 않았지만, 헬멧의 바이저를 통해 저격수가 있던 자리에서 공허 방출의 흔적을 감지했다. 그 흔적은 견착식인 백작 부인 SA/2의 발사 패턴과 일치했다.

그녀는 이를 방랑자에게 알렸고, 그러자 그는 그 지역 내에서 그림자 안전가옥이 있을 만한 위치의 좌표를 3개 알려 주었다. 바하가리가 없어서 그녀는 좌표를 추적 HUD에 수동으로 입력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먼 좌표를 선택하고, 파이크를 타고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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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125번 구역의 버려진 창고 앞에 도착했을 때는, 그림자들이 이미 도시의 여러 주파대에 고스트의 몸값을 요구하는 무전을 송출한 후였다. 그들은 자정까지 도약선을 타고 행성계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요구하며, 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바하가리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선봉대는 이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배신자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시리스 본인이 상대라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을진대, 그림자는 오시리스도 아니었으니.

코어 이스트 방향에서 오는 자기부상열차가 위의 철로에서 포효했다. 다음 열차는 자정에 도착할 터였다.

그녀는 녹이 슬어 붉은 건물의 최상층에서 불빛을,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실루엣을 보았다.

"그 층이 아니에요." 바하가리가 말했다. 오노르는 화들짝 놀랐다.

"어떻게—"

"속박 띠를 해킹했어요. 실천의 세력 기술이잖아요. 세력 내부에 배신자가 있어요."

"그건 나중에 걱정하지. 최상층에 있는 게 아니라고?"

"네. 지하에 있어요. 길 아래에요. 건물에는 우리밖에 없어요. 혼자서는 불가능하니 침투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화력팀이나 걀라르호른이 필요해요."

"둘 다 없는데, 빅가리."

"꿈도 꾸지 마세요."

"나 아무 말 안 했거든."

"절 그렇게 부르고 나서는 꼭 터무니없는 짓을 하잖아요."

**

자기부상열차 운전은 처음이었다. 제일 앞의 차량에 탄 그녀는, 쏜살같이 뒤로 사라지는 세상을 보며 힘을 느꼈다.

열차는 텅 비어 있었다. 기차를 징발하기 전에 승객과 차장을 모두 내보냈기 때문이었다. 가마우지 인장만 보여 주면 사람들은 보통 어떤 지시든 순순히 따랐다.

굽이가 순식간에 다가왔고, 그녀는 손목 위의 제어판에서 버튼을 눌렀다.

철로와 지지벽에 설치되어 있던 근접 지뢰가 폭발하면서, 열차는 연기와 불길을 뚫고 날아가—

한참 아래의 붉은 창고 건물로 떨어졌다.

**

그녀는 죽으면서도 바하가리의 시야를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건물 안에 있던 자들은 세상의 종말을 맞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열차는 창고의 위층을 뚫고 들어갔고, 자유를 찾은 바하가리는 그녀를 향해 열차의 맨 앞 차량으로 향했다. 부상을 입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림자 둘이 바짝 쫓아오는 와중에, 고스트는 축 처진 오노르의 시신에 다가가 빛을 번뜩였다.

찬란한 빛 기둥 속에서 나온 오노르는, 몸을 숙여 피 흘리는 그림자의 주먹질을 피하고, 빛을 뿜는 손바닥으로 놈의 배를 후려쳤다. 놈의 몸뚱이를 태워 뚫어 버린 오노르는 그 기세를 몰아 앞으로 굴렀고, 두 번째 그림자의 핸드 캐논이 뿜은 포탄이 그 위로 지나갔다.

바닥을 구르던 그녀는 그대로 다리를 뻗어 남자의 드러난 무릎을 걷어차서 박살 냈다. 그녀는 바닥에 쓰러진 놈을 올라타고 불타는 팔꿈치로 놈이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구 후려쳤다.

바하가리가 뒤에서 다가왔다. "이 열차 아래 어딘가에… 시신이 세 구 더 있어요. 이제 어쩌죠?"

오노르는 피와 재에 뒤덮인 채 일어섰다.

"놈들의 고스트를 챙기고 선봉대에 알린다. 배신자를 다섯 확보했다고."

오노르는 열차 운전석에서 심하게 타서 남루해진 자신의 코트를 발견했다. 그녀는 코트를 걸치고 가마우지 인장을 채운 후, 시체 옆에 앉아, 포로들의 유령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녀의 무전기에서 삑 소리가 났다.

"사상자가 없군. 잘했네." 아이코라가 말했다.

"워록의 수장으로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은신자의 수장으로서 하시는 말씀인가요?" 오노르가 대답했다.

"자네의 친구로서 하는 얘기야. 실수가 있었지만 잘 만회했군. 자발라와 나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네. 이제 반드시—"

"방랑자와 갬빗이 계속돼야 한다는 거죠. 알겠어요."

"오노르."

"네."

"우리 괜찮은 건가? 우리가 자네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고 있는 건 아네."

"전 당신 자리를 원하지 않아요. 게다가 도시에는 그 쥐새끼 같은 놈의 연줄과 수완이 필요하죠. 그자가 오린을 다시 데려와 주기만 한다면…"

"음, 아침에 더 얘기하지."

그녀는 위에서 불타고 있는 철로를, 그리고 주위에 널린 창고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이제 이게 자신의 인생인가 보다고 그녀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