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1

친구여,

지난 5년간 우리 빛의 운반자들, 너희 빛의 운반자들은 강해졌다. 승리를 거둘 때마다 고스트를 찾아낼 영역이 많아지고, 일어나는 수호자들도 많아진다. 새로 태어난 도전자들 중에 비할 바 없이 강한 자는 없다. 하지만 너는 거듭 가장 앞에 있었다. 네가 몰락하는 것을 본다면 끔찍하겠지. 그리고 몰락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길이 있다...

최근에는 빛과 어둠을 경쟁하는 정치인처럼 분석하는 것이 유행이다. 우리에게 무언가를 공약하는 정치인들처럼. 심지어 비밀스러운 이름을 사용해 이단 행위를 나타내는 수호자들도 있다. 나는 그런 유희를 경멸한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반박할 수는 없다. 나는 힘을 얻기 위한 나만의 길을 찾아야 했으니까. 그리하여 나는 균형의 교리를 설파하는 여왕께 빛과 어둠의 가치가 진정 동등하다 믿느냐고 여쭈었다.

여왕께서는 각성자는 갈등으로부터 빚어졌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주셨다. 여왕의 백성은 모두 천국에서 돌아와 우주적인 전쟁에서 싸우다 죽기를 자청했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그리고 운명적으로 그 가장자리로, 아슬아슬한 곳으로 끌린다. 또한 여왕께도 편견이 있다. 그분은 어둠으로부터의 구원을 명목으로 끔찍하고 무자비한 선택을 내리셨기에, 어둠의 힘을 부인하는 순간 자신을 부인하는 셈이 된다.

어찌 됐든 여왕께선 이리 말씀하셨다. "나는 균형을 믿는다. 그러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동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반은 물로, 반은 독으로 이루어진 바다는 균형을 이룬 것이 아니다. 반은 살아 있고 반은 죽은 육신은 균형을 이룬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아무 세상에나 살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해도…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약간의 어둠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빛이 필요한 만큼은 아니겠지…

"에리스 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구덩이로 들어가서 빛으로써 어둠의 발톱에 맞섰을 때, 균형을 느꼈느냐?"

아니. 나는 느끼지 못했다.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압도적인 악을 느꼈다.

나는 균형 잡힌 세상은 어둠과 맞서 싸울 거라 생각한다. 억제되지 않은 어둠은 점점 커질 뿐이니까. 균형 잡힌 세상은 이단 행위의 흥분이나 엄연한 침입의 필요성을 진실로 정의로운 행위로 착각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 비이성적인 희망의 가치를 기억해야만 한다. 더 나은 세상에 사는 것처럼 행동하기를 택한다면, 그런 나은 세상이 존재할 자리를 만들 수 있다.

나는 훌륭한 수호자가 한순간이나마 어둠을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둠은 우리가 아는 범위 밖의 세상을 삼켜 버린 힘이자, 수해의 생명들을 유혹하려 했던 힘이다! 전투를 아예 피하지 않고는 막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의 가장 깊은 신념에 과감히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자존의 증거라고, 에리아나는 누누이 말했다. 하지만 플루토늄염이 가득 든 수조에 뛰어들면서 그것이 자기 탐구라 하는 것은 언제나 바보짓에 불과하다.

그리고 친구들을 부추겨서 그 수조에 같이 뛰어들게 하는 것은... 악이다.

믿을 만한 이여서 고맙다. 내 희망을 짊어져 주어 고맙다.

—에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