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9

"흠.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았지만, 댁네 수호자들이 잘 회복해서 끝까지 해냈군. 방랑자도 갑자기… 판을 바꿔 놓은 것치곤 최선을 다해 잘 설명해 줬고.

"내가 난입해서 놈을 구워 버리기 직전이었는데, 알아서 사태를 해결하고 경기를 끝내게 해 주더라고. 솔직히 말하면… 훨씬 상황이 악화될 거라고 생각했거든. 걱정되는 점은 이거야… 전에는 '원시 괴수'라는 말을 입에 담은 적이 없었어. 단 한 번도. 그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거야.

"다른 왕국에서 심연의 병사들을 찢어버리는 건 선을 넘는 짓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이 괴수들은 보통 그렇듯이 굴복자들이 잡아서 광분으로 몰아간 그런 놈들도 아니었어. 그림자 영역에서 태어나서 처음부터…성나 있었어. 아니, 그보다 나빴지. 빛에 굶주려 있었어. 멀리서도 느껴지더라니까. 분노의 오라에 짓눌릴 것 같았지. 내 안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놈들의 존재를 우리한테 숨겼다는 게 불안하군.

"그자는 필요해서 속인 거라고 말하지. 놈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또 털어놓을 건 없냐고 했더니 놈이 웃음을 터뜨리는 거야. 그 녹색 동전을 손가락으로 빙빙 돌리면서 승자의 미소를 짓는 그런 때처럼 말이지. 그리곤 나더러 긴장 빼고 좀 쉬라더군. 그 자리에서 쏴 버릴 뻔했다니까.

"놈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우리가 알면 경기를 못 열게 하지 않았겠냐고 했어. 그 말대로긴 하겠지… 아마도.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 다시금 확인된 이상 계속 진행시키긴 어렵군…

"방랑자는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 전에도 말했지만, 이럴 때 위험은 목표에 의해 정당화되거든.

"당신의 유능한 손에 맡기기로 하지. 난 지켜볼 거야. 내가 있으면 물이 흐려지기만 할 테니, 멀리서 지켜보지. 운이 좋다면… 이 갬빗으로 놈의 옛날 동지들이 관심을 보이고 찾아올지도 모르지. 그러면 그림자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거고. 그때까지 난 사냥하러 돌아가야겠어. 그런 자들이 오는 길에 미리 잘라낼 수 있을지 모르니까.

"아, 참. 잊어버릴 뻔했군. 했던 말 또 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내 진짜 이름은 입에 올리지 말도록 해. 그자는 내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은 알거든. 내 이름을 알면 전부 틀어질 거라고."

—이탈자의 방랑자 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