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4

"그자와 내가 길이 마주친 건 우연히도… 중립적인 상황이었어. 이름도 밝히지 않고 방랑자라고만 소개하더군. 그래서, 그렇다면 나도 '친구'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웃음을 터뜨리고 긴장을 풀더라고. 온갖 얘기가 오갔어. 그자가 어디에 있었는지, 뭘 끌고 왔는지. 심지어 내 옛 친구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슬쩍 흘렸다니까.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을지 지금도 궁금하군.

"그자는 눈을 뜨자마자 떠났다고 말했어. 물론 곧장 그러진 못 했겠지. 소지품도 챙기고, 우주선도 찾고, 날 수 있게 정비해 둬야 하니까. 하지만 전부 끝내자마자 자취를 감춰 버렸지. '바깥 세계에 끌렸거든.' 그자가 말했어. 나도 이해할 수는 있는 말이었지.

"그자의 말로는 목성의 심층부도 봤다더군. 토성의 광산 중심부도 가 봤고. 아무도 들어 본 적 없는 옛날 신화들이 마구 나왔어. 루비알 크룩스, 엘리오스 아래의 움직이는 굴, 네자렉의 네 번째 무덤. 설 하층부의 우상과 엑소더스 프라임의 보물, 죽은 여섯별의 태양 엔진까지 나오더라니까.

"대부분은 지어낸 것 같지만, 유물들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이 항성계 것이 아닌 재료들도 있었지. 기이한 금속, 흑요석 불꽃, 생각하는 엔진, 먹을 수 있는 텅 빈 케이크, 연체 동물과 바이오 융합된 토끼처럼 생긴, 뭔가 배불러 보이는 것도. 그 물건들은 혼자서만 간직했지. 본인은 '습득물'이라고 부르더군.

"전시에 내놓는다면 볼 만하겠지만, 뭐하러 그러겠어? 배에 모아 둔 잡동사니도 특이했지만, 배 자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 커다랗고 시꺼먼 덩어리처럼 생겨서는, 도대체 그런 물건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니까.

"그자는 '유물'이라고 불렀지만, 분명 그것만은 아니었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자 말로는 자기가 가 본 제일 먼 곳에서 가져왔다던데. 빛도 꺼져 버릴 만큼 추운 곳이라나. 그래서 내가 물었지. 벡스였나? 아니면 군체? 예상대로 그자는 신중하게 대답했어. 그냥 '다른 것'이라고만 했거든. 그리고 아마도 강력할 거라고…

그 말을 덧붙이더라니까. '아마도'라고.

"그럼 왜 내행성계까지 끌고 왔냐고 내가 물었지. '아마도'가 붙는 것들이 늘 골칫거리 아니냐고. 하지만 그자는 도대체 말문이 막히는 법이 없었지.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마도'가 붙는 곳에 진짜 보물이 숨어 있는 법이라고, 형씨.'"

"내 불만족스러운 표정이 보였겠지만,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겠더군. 그 덩어리가 '다른' 것이라는 건 분명했고, 고스트 말로는 판독 수치가 높다고 했거든. 구체적이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접한 적 없는 종류라는 거야.

"당연히 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 그런데 방랑자가 특유의 친밀하고 매력적인 태도로 캘럼이라는 이름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아냐고 묻더라고.

"화제를 돌리는 게 뻔했지만, 운이 좋았어. 아니면 영리한 거였든지. 내가 관심 있는 화제였거든. 그건 마다할 필요 없잖아?"

—이탈자의 방랑자 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