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2

DLXXVIII.
서기 틀라자트 기록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한 후 리바이어던에 심각한 고장이 발생했다. 본 서기는 역사 기술의 정확성을 저해하는 경우에는 비유적인 표현에 의존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지만, 이토록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는 애석하게도 이 기록 또한 다소 주관적인 서술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하고자 한다. 당시 상황은 마치 거대한 손이 드넓은 우주를 항해하는 우주선을 나무에 매달린 딸기처럼 똑 따서 엄지와 검지로 붙잡고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꾹 눌러서 잘 익었는지 확인하고,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지의 입을 향해 미지의 방향으로 던진 것만 같았다.

그 결과 우주선의 항법 및 동력 시스템은 모두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왕실 조종사들은 시스템 복원이 가능한 건지 파악조차 할 수가 없었다. 우주선은 혼란과 어둠 속으로 내동댕이쳐졌고, 승무원들은 모두 황제의 곁에 모여 지도와 애정을 갈구했다.

하지만 황제는 압력 겔 우주복을 착용하고는 혼자서 우주선을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칼루스 황제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보자면 이러했다. "나의 유배지를 홀로 확인하고 싶다."

황제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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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틀라자트는 이번 항목이 진실의 관점이자 행복의 전서, 황제의 너그러운 박애의 상징인 크로니콘에 남겨지는 마지막 기록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기존의 기록 보존 관습을 깨뜨리려 한다.

황제가 우주선을 떠나고 두 시간이 흘렀다. 건장한 경비병들조차 벽에 기대서게 만들 만큼 강한 진동이 간헐적으로 우주선을 뒤흔들었다. 샤각과 수십여 명의 승무원들이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추방 이후 황제가 가장 내밀한 마음까지 터놓을 수 있는 상대였던 조존은 두개골 내 압력이 증가한다며 불평했다. 다른 인원 열두 명은 귀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왕실 야수들은 끊임없이 분노하며 으르렁거렸다.

더는 손으로 기록할 수 없을 것 같다. 의식을 상실하기 전까지 정신으로 기록을 계속하겠다.

우리는 두려웠다. 칼루스 황제가 사랑하는 민중의 눈을 피해 어둠 속에서 죽어가라고 적이 우리를 의도적으로 여기로 보낸 게 아닐까 두려웠다.

황제는 돌아오지 않았다. 승하하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