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3

DLXXIX.
서기 틀라자트 기록


격렬한 진동이 열두 시간 동안 계속된 끝에 황제가 돌아왔다. 행동이 어딘가 이상했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우주선 외부에서 환각을 경험한 것으로 보였다. 왕실 기계공이 황제의 우주복 압력 게이지가 오작동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그것이 황제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라고 추정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런 터무니없는 상태로 열두 시간을 버티고도 황제의 우주복(또는 황제 자신)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이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돌아오자마자 황제는 광기에 휩싸인 듯한 눈빛으로 이렇게 선포했다.

"우리는 세상의 끝에 도달했고, 짐은 그 광활한 풍경을 똑똑히 보았다. 우주가 짐의 귀에 속삭였고, 짐은 그렇게 깨달음을 얻었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짐은 이제 죽음의 전령이 되었다. 종말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이다."

이 시점에서 황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되면, 그때는 무엇이 남겠는가? 기쁨. 위안. 자유. 즐거움을 위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 단순히 내가 즐겁기 때문에, 내가 원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 제국을 통치하던 시절에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추방 생활을 하는 중에 잊고 말았다. 다시는 잊지 않겠다."

이와 같은 기이한 행동이 우발적인 정신 질환의 일종일 수도 있었기에, 나를 비롯한 조언자들은 황제에게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고했다. 황제는 관찰실로 돌아가기 전에 자신이 맞닥뜨린 일들을 자세히 설명했다. 조존이 이 기이한 이야기를 내게도 다시 들려주었다.

"황제 폐하께서는 우주선 외부에서 우주의 끝자락 너머를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특기할 만한 것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곳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을 비롯한 모든 것이 부재했고, 부재 그 자체마저 부재하는 무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무의 영역에서 어둠의 언어가 속삭였다. 그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채워, 황제 폐하께서는 한순간 본인의 언어를 모두 잊어버리셨을 정도였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무의 영역이 흩어지고 무언가 나타났다. 생소한 우주선 함대였다.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는 자신과 폐하의 적 모두를 포함하여 위대한 행성과 생물이 수도 없이 파괴되는 광경을 목도하셨고, 폐하 본인의 사체와 해골이 썩어 문드러지는 모습을 보셨다. 그리고 속삭임이 차츰 커지면서 황제 폐하께 종말의 소식을 온 우주에 전파하는 명예로운 일을 맡기었고, 그러고 나서야 폐하께서는 속삭임으로부터 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