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7

타닉스는 자기 소개 같은 건 안 했어. 한 마디도 안 하더라고. 그냥 좀 껄껄거리더니 악마 같은 기세로 우릴 다 죽이려 들더군. 하지만 우리도 대비해 둔 게 있었지. 이런 얘기에 걸맞은 얘기지. 그러니까 그 소문의 귀신은 몸뚱이가 있잖아. 진짜로 살아 있는 놈이라고.

"살아 있는 놈"은 잡을 수 있다는 거지.

"살아 있는 놈"은 추적할 수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거라고.

안달은 "그 사냥꾼 놈은 이제 자기가 사냥했던 헌터한테 쫓기는 사냥감이 되는 거지." 뭐 이런 비슷한 소릴 했어. 그래, 나도 알아. 비웃지 말라고. 난 안 웃었어. 안달은 훌륭한 사람이야. 유머 감각이 좀… 그러니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었어.

러시도 자기 꼬마 빛의 복수를 하려고 우리 계획에 동참하고 싶어 했는데 우리가 퇴짜를 놨어. 그 녀석을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고스트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잖아. 그 불쌍한 녀석은 결국 죽어버렸지. 주기 하나가 지나기도 전에 말도 없이 혼자 뛰쳐나가더니 다신 돌아오지 않았거든. 시로는 녀석에 대한 장황한 얘기를 꾸며내더니 아직까지도 그 얘길 하곤 해. 아직도 녀석이 어딘가에 살아 있고 아무도 모르는 곳을 탐험하고 비밀스러운 보물을 캐고 다니며 우린 꿈도 못 꿀 그런 삶을 살고 있다면서.

난 쥐의 왕 얘기가 제일 좋더라. 러시가 그 전래 동화에 나와서 우리 눈엔 안 보이는 그 전쟁을 치른 얘기 말야. 그냥 꾸며낸 얘기지만 그래도 난 좋아. 뭔가 애들 잘 때 해주는 얘기 같잖아. 에이스가 잠과 사투를 벌일 때 내가 해주고 그랬는데. 걔가 여기 있을 때 말야.

하지만 이젠 없지.

러시도 없고.

안달도 없지.

그리고 언젠간 나도 없겠지.

그때 당시엔 헌터 선봉대가 없었어. MIA와 그 도전자들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된 지 2년이 지난 후에야 카우코 스위프트리버의 죽음을 인정했던 그 당시 말야. 대변자는 나머지는 남은 헌터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했어.

그 첫 날 밤에 안달과 나는 늦게까지 깨어 있었지.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어. 안달도 마시고 나도 마시고. 안달은 엉망으로 취했고 난 기계적으로 마시는 상태였지. 그리고 우린 서약을 했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수락한 거지.

선봉대엔 헌터 자리가 좀 비어 있었잖아. 우린 둘 다 타닉스를 잡고 싶었고. 그 자식을 죽이는 영광은 오로지 승자의 몫이고 패자는 짐 싸 들고 나가서… 그 탑에 처박혀 있기로 했어. 고독한 모험길은 진짜 모험가들에게 맡기고 말야.

우린 마주보며 낄낄거렸지.

후아. 녀석 웃음 소릴 듣고 싶네.

딱 한 번만이라도.

왜 좋은 놈들은 맨날 일찍 퇴장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