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항목 10

저는 예쁜 딸아이의 엄마예요. 제 딸은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과 대화하곤 해요. 그래요, 아이들은 다 그렇죠. 제 어린 시절이 떠오르네요.

저희 어머니께서 유령 이야기를 해주시던 때요. 전 그 이야기에 매혹됐어요. 특히 유령이 사람들과 소통하려 하는 으시시한 이야기를 좋아했죠.

전 유령과 진정으로 접촉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 집에서 가장 으시시한 곳으로 갔죠. 지하실이요. 그냥 어두운 그곳에 앉아 뭔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어요. 뭐든 나타나길 바라면서요. 하지만 제 계획은 시작하자마자 끝나 버렸죠. 지하실 계단에서 심하게 굴러 떨어진 거예요. 여기저기 멍이 들고 팔까지 부러지고 나서야, 저희 어머니께서는 유령이 실제가 아니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하시면서요.

하지만 그냥 막 믿고 싶은 때도 있는 거잖아요? 유령이 진짜면 어떨까요? 이 아름답고 거대한 우주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기이하고 복잡한 세상이라면 어떨까요?

우리 눈에 보이는 것 외에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싶지 않을까요?

무슨 말이냐 하면, 거대하고 불길해 보이는 구체가 하늘에 떠서 다른 행성을 변형시키는 일도 있잖아요. 그보다 더 이상한 일이랄 게 있을까요. 여행자 같은 게 존재한다고 하면,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아직 많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린 여행자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여행자가 완전히 이질적인 대상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여행자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죠. 하지만 전 세계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맹목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어요. 심지어 신앙에 가까울 정도죠. 잘못된 일이에요. 큰 실수라고요.

우리는 여행자의 최면에 빠져 우리가 모두 안전하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우리 주위의 세계를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어요. 개개인의 수준에서까지 경계 태세를 모두 해제했던 거죠. 세계의 평화를 이룩한다는 미명으로, 그리고 여행자가 우리에게 그런 영감을 주었다고 주장하면서요.

우린 마음을 놓았어요. 현실에 안주했죠. 운명이 다시 한 번 우리를 모두 쓸어버리려고 할 때 우리는 속수무책이겠죠. 착각하지 마세요. 반드시 그런 일이 생길 테니까.

제 딸은 아직 너무 어려서 여행자를 이해하지 못해요. 하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니, 가만 내버려 두면 이 사회의 다른 사람처럼 여행자에 의해 약해지겠죠.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