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4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성배시여, 우리 모두를 받아서 구원해주소서.

아무것도 없다.

신은 신에게 응답한다! 칼루스의 영혼 속 공허가 소리를 쳤고, 답이 왔다. 우리를 기다리는 '그것'을 보고 리바이어던의 제어 장치가 고장을 일으켰고, 우리는 그곳을 향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칼루스는 관측실 안에 틀어박혔다. 황제가 내보내는 메시지는 '그것'에 부딪혔다가, 그 참을 수 없는 힘에 의해 훼손되어 되돌아온다. 의원들이 모여 정신 융합으로 의견을 나누고 상황을 파악하려 하였으나, 행여나 성공할까 다들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아이처럼 더듬거리고, 융합은 흩어진다.

이곳은 우주의 가장자리인가? 우주에는 끝이 있을 수가 없다. 무한하게 뻗어 나간다. 하지만 무한함 안에 구멍이 있으면 그것은 일종의 가장자리 아닌가? 일종의 결함, 흠, 공간 밖의 공간일 것이다…

침착해야 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OXA 기계가 생각난다. 영원히 상실되고 영원히 재건되며 문명에서 문명으로 전해 내려온 기계. 마치 우주선의 블랙박스 같다. 심연으로 넘어가고자 했던 군체 왕 오릭스의 전설적인 모험을 생각했다. 그 이야기는 우화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저 안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닥칠 것인가? 시공의 구조가 무너지고 우리 역시 엉킨 쇠사슬처럼 널브러져, 남은 인생을 찰나에 모두 경험할 것인가? 노령으로 죽어가는 나 자신을 돌볼 것인가, 아니면 뒤틀린 리바이어던의 미로 속에서 과거의 나를 만나 경고의 말을 외칠 것인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영원히 나의 미쳐버린 정신을 읽으며, 내 미래의 광기를 맛보고 결국은 광기에 물들 것인가!

잔의 혼들도 광기로 내몰릴 것이다.

우리 중에 이런 광기를 환영하는 자는 하나뿐이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어찌 알겠는가? 내가 어찌 신을 예측하거나 이해하겠는가?

우주선 전체에서 껄껄 웃는 소리가 들린다. 칼루스가 안락한 관측실에서 웃는 소리가 방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