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진정한 황제의 그림자 의원 매치의 정신 기록이다. 항로를 바꾸지 못하는 리바이어던을 타고 있다. 오늘 나는 선조들이 눈을 씻을 수 있도록 Y자 모양 잔에 담긴 물을 부었다. 나의 생각과 의지를 모두 과거와 미래의 군주, 칼루스 황제께 바친다.

잃어버린 제국의 외곽을 지나쳤다. 리바이어던은 괴성을 내며 빠르게 비행하하다가도 어떤 날은 정처없이 부유한다. 산산조각이 난 운항 제어 장치는 아직 수리하지 못했고, 리바이어던의 건조를 명했던 황제는 정신 융합으로 아무런 지식도 알려 주지 않는다.

하지만 한때 자신의 영토였던 곳을 벗어나자, 황제는 상황을 곰곰이 따져보는 모양이었다. 노발대발하지도 않고, 포도주를 쏟지도 않았다. 가울의 이름을 꺼내며 욕설을 퍼붓던 모습도 어언 1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황제의 생각이 새로운 형체와 색상을 띠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변화가 잘된 일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상대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주위에 펼쳐지는 기갑단의 변화를 지켜보았고, 나는 눈시울을 적실 수밖에 없었다. 칼루스 치하에 예술가들과 사상가들은 이곳의 과학 신전을 방문하여, 기갑단의 영토와 그 너머에서 건너온 외계의 경이로운 문물을 보고 영감을 얻곤 했다. 이제 신전의 문은 굳게 닫혔다. 영감을 주던 유물은 간 데가 없고, 그 자리에는 흉측한 무기 생산 라인과 벙커 구조물만 남아 있었다. 분수대는 시커먼 연료를 내뿜고, 정원은 연기를 뱉는 굴뚝 아래 사라져 버렸다.

가울은 사람들의 정신조차 망가뜨리고 말았다. 기갑단이 우주 전역에 미치던 영향력을 단절하여, 사람들에게 투기장 전사처럼 자족할 것을 강요했다. 일개 병사들만 이해하는 무기. 전쟁망을 통해서만 오가는 언어. 아홉 번째 다리와 같은 불가사의를 건설했던 제국을 생각하니 비통하고, 기계 속의 톱니바퀴로 전락한 의존 종족들의 처지를 생각하니 또한 비통했다.

그러나 내가 비통에 잠겼다면 나의 황제께서는 완전히 시들어버렸다. 기록 보관실과 관측실에 대한 관심마저도 잃어버리셨다. 당신을 괴롭히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사라졌다. 당신의 신성성마저 의심하고 계셨다. 정말 신이라면 어찌 이런 사태를 용납하겠는가? 이글거리던 분노가 사그러진 뒤에 무엇이 남았는지 당신도 알지 못했다. 황제의 정신 속에서 느껴지는 형체는 안개처럼 뿌옇고 잔잔했다.

나의 종족, 즉 사이온 종족 전체가 아닌 성배의 종족은 이러한 감정을 "달콤한 지하 감옥"이라 이른다. 안식처가 감옥으로 변해버리는 것이다. 칼루스 황제에게는 아마 욕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기분일 것이다. 당신을 위대하게 만들어준 호기심마저도.

의원들은 내게 황제를 알현하라 하였으나 나는 여전히 두려웠다. 행여나 황제께서 나의 비밀을 간파하신다면? 황제의 총애를 받던 차 상인도 이미 그분을 버리고 떠났다. 내가 아직도 옛 성배를 숭배하며, 기도문을 외울 때에도 그의 이름보다 먼저 언급하는 것을 알면… 황제께서는 이를 배신이라 여길 것인가?

그나마 이제 밤마다 고함을 지르지는 않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