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2

여행자님,

마침내 유로파에 도착했어요. 우주선에서 내리기 전에, 사람들이 밖에 나갈 때는 항상 입어야 한다며 공식 브레이테크 방한복을 줬어요. 엄청 거추장스러워서 입고 걷기가 영 힘들지만, 아버지는 방한복 안에 두꺼운 안감을 덧대 놓아서 인근 우주에서 쏟아져 내리는 나쁜 이온을 막아 준다고 했어요.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하고요. 밤에는 140 켈빈까지 기온이 떨어진다는 거 아세요?

클로비스 브레이 님이 왜 여기에 이븐타이드를 만들기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거기서 이오를 테라포밍하고 있는데 말이죠. 아직 일이 다 끝나지는 않았다고 해도 그쪽이 훨씬 더 살기 좋을 텐데…

그래도 여기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를 다시 만나니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어요. (진짜로 울진 않았죠.) 전 여기로 오는 길에 잠깐 아버지 얼굴을 잊어 버렸었어요. 아무리 기억해 보려고 애를 써 봐도, 머릿속에 아버지 얼굴을 그릴 수가 없었죠. 정말 끔찍했어요.

아버지는 수염을 길렀어요. 그래서 그런가 좀 달라 보여요. 난 좋은데 아빠는 북극곰하고 뽀뽀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 아버지는 수염이 있으면 얼굴이 얼마나 따뜻해지는지 모른다며, 아빠도 곧 수염을 기르게 될 거라고 하네요. "조만간 네 아빠들이 둘 다 북극곰을 닮겠구나, 미카!"

지금 전 펭귄을 보살피고 있어요. 진짜 펭귄은 아니에요. 지금 제 나이에 장난감은 안 어울리는 것도 같지만, 아버지는 그게 클로비스 브레이 님의 환영 선물이라고 했어요. "곧 북극 탐험가가 될 너에게 주는 기념품이란다!" 게다가 작은 이온 방한복도 함께 주셨어요. 제가 입는 것과 같은 거예요.

사실 꽤 멋있어 보여요. 계속 간직해야 할 것 같아요.

북극곰과 펭귄에 대해 알고 계세요? 당신이 나타나기 전, 그들은 지구의 양쪽 끝, 유로파와 날씨가 비슷한 지역에서 살았다고 해요. 하지만 그때 인간의 기술은 워낙 비효율적이라 지구의 대기를 오염시켰고, 결국 수많은 동물과 식물 종이 멸종했다고 해요. 테라포밍의 반대라고 할까요.

이 펭귄은 아레스 원의 과학자이자 우주비행사였던 영웅의 이름을 따서 미하일로바라고 부르겠어요. 그녀와 하디, 차오를 만났던 기억이 나세요? 머릿속에서 그들의 얼굴이 보이나요?

아주 오래전 일이었어요.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죠. 하지만 당신은 워낙 오래 살아 계시니, 인간의 시간이야 1분처럼 느껴지겠죠. 정말 그렇다면 이 메시지를 받고 1초 후에 이오에서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수염을 기르고 다 큰 모습이겠지만요.)

아직 제 편지를 어떻게 당신에게 보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혹시 전쟁위성을 쓸 수 있게 허락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건 아주 위험한 적과 싸울 때 쓰는 거라고 들었지만, 솔직히 그런 적이 얼마나 있겠어요? 지금은 황금기잖아요.

당신의 친구,

미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