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1

[선봉대 네트워크 암호화 라우터 보고 사항.]

지칭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적은 우리가 여행자의 보호 때문에 두 다리가 묶였다고,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암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상했던 바입니다. 적은 오직 폭력과 그 아름다움만 인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오의 돌로 군체 가죽에 적어 놓은 개인 기록.]

보호가 약함을 상징한다는 암시는 식상하다. 위대한 적에게서 난 이보다는 나은 주장을 기대했었다. 달의 첫 번째 침입자를 사냥하던 때, 나는 황금기 사령관의 일지를 발견했다. 쿠앙 쉬안은 투철한 신념과 함께 고도의 훈련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어둠은 그녀를 유혹했다. 겨우 이 정도의 간계로 그녀가 신을 등지게 할 수 있었던 걸까?

나는 요리를 배우고 있다. 달에서 요리용 열판을 회수했다. 주방 조리대 위에 진공 접착되어 있어서 내가 직접 잘라내야 했다. (손이 아프긴 하지만 이제 떨리진 않는다.)

애셔 사촌. 당신이라면 진공 접착이라는 개념을 언짢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 두 장의 금속 판을 빈 공간에서 오랫동안 압착하면 양쪽의 원자가 자기가 어떤 판에 속해 있는 건지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 그래서 서로 자유롭게 오가다 보면, 두 금속이 하나가 되는 거지.

나는 침입해 온 피라미드 곁에서 잠을 잔다. 그 그림자 속 깊은 곳에 머무르고 있다. 탑에 있는 이들, 여행자 아래에 있는 그들은 내가 적과 진공 접촉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이코라라면 이해할 것이다. 그녀는 나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굴복자를 연구했다. 자발라는 선견지명을 중시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라이샌더가, 또 다른 톨란드가 탄생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하고 있다. 또 다른 레질 아지르를 우려하고 있다. 내가 자기 수호자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모든 수호자들이 "그래, 그래!"라고 소리칠 때, 혼자서 "안 돼"라고 말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지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의무이며, 그는 의무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즐긴다.

[힘을 줘서 깊게 긁어낸 자국—]

이렇게 계속하다 보면 내가 되찾은 모든 것을 잃는 건 아닐까 두렵다. 내 모든 평화 내 모든 신뢰 내 모든 희망 그리고 내가 싸우지 못하는 곳에서 싸우는 소중한 친구들까지

[빈 자리.]

웍을 만들어야겠다. 낡은 로버의 로터 디스크를 앵글 그라인더로 깎아내야겠다. 웍을 길들이려면 식용유도 필요하다. 내일은 사촌의 낡은 보관함을 뒤져 봐야겠다.

오늘 밤에는 밥을 지을 거다. 쌀과 건포도는 보관해 둔 것이 있다. 조리법에는 "파인애플"이라는 것을 넣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건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농담인 건가? 소나무 맛이 나는 사과? 빵나무 열매로 대신해야겠다. 물론,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