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4

[선봉대 네트워크 암호화 라우터 보고 사항.]

이건 협박입니다. 적은 우리에게 2차 붕괴가 임박해 있다고 암시하고 있습니다. 실수가 반복된다고, 우리가 다시 오류를 범할 거라고 시사하고 있습니다. 항복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오의 돌로 군체 가죽에 적어 놓은 개인 기록.]

붕괴는 살인이었다. 집단 학살. 적은 그걸 왜 우리 오류였다고 주장하는 걸까?

나는 황금기가 끝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태어났지만, 그래도 그 시기에 대한 애착과 연민이 있다. 인류가 자신이 불멸이라 착각하던 시기. 한때 나 또한 그랬었다.

우린 붕괴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

—우리가 약하다는 것—명확하지만 거짓. 이건 아니다.

—우리가 방어에 오류를 범했다는 것—적은 전략 교관이 아니다. 이것도 아니다.

—성장한 모든 것은 죽어야 한다는 것, 희망은 헛되다는 것, 등등.—지긋지긋하군.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삶은 지키고 연장하기 위해 싸워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것도 아니다.

—여행자가 자기 목적을 위해 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여행자는 왜 스스로 희생했을까? 이것도 아니다.

—어둠이 우리 적이 아니라는 것. 그저 여행자의 적일 뿐이라는 것.

적은 우리가 붕괴 도중에 여행자에게 저항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달걀처럼 깨뜨렸어야 한다는 걸까?

쿠앙 쉬안을 사로잡았던 죄수의 딜레마의 잔상이 느껴진다. 여행자와 인류가 협력하면 양쪽 다 고통을 받는다. 여행자가 떠나려 할 때 인류가 무력화시킨다면, 양쪽 다 파괴된다. 하지만 여행자는 우릴 돕기로 하고, 우리는 그걸 적에게 제공한다면…

적은 이것이 우리의 구원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난 페미컨과 비타민 반죽으로 연명하고 있다. 신선한 식량이 필요하다. 내가 언젠가 요리를 한다면 식사를 함께할 누군가를 초대해야 할 것이다. 내 미각은… 강화되었다. 맛을 볼 사람이 필요하다.

수메르 여자를 쫓아보내지 말 걸 그랬군.